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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여자도 군대가고 싶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수 많은 여남간의 논쟁의 끝은 언제나 '니뇬들 군대한번 가봐라'로 끝나기 마련이다. 이에 덩달아 '그래 더러워서 군대 간다' 정도의 애드온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글쎄. 나는 반대한다. 2년 3개월간의 군복무 덕택에 심화된 불면증. 건선. 동상. 심화된 우울증 따위의 질환을 겪어 보았던 일인의 예비역 공궁병장(미리 태클 방지하자면, 나는 시설대대에 복무했다. 육군보다 시설은 좋았지만 업무는 육군들이 생각하는 소위 '빠진 공군'과는 거리가 좀 있는 힘든 생활이었다)으로서, 주장해야 할 것은 '동일한 병역의무 이행'이 아닌 징병제 철폐다. 잠깐, 거기 자네는 오해하지 마라. 단지 정치적인 주장으로서 '징병제 철폐'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여성 문제를 징병제의 영역으로 끌어온다면, 징병제 철폐가 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 한국의 군사력이 어쩌고 북한이 어쩌고 주한미군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이대면서 '우리나라는 모병제 할래면 멀었다'식의 뻘소리는 저기 어디 밀리터리 매니아들하고나 하면 좋겠다. 동네에 어떤 유명한 깡패가 있다고 치자. 편의상 그 깡패의 이름은 '김군대'라고 하자. 그리고 동네 꼬마 네 명이 있다. 대충 이름은 '이남자 저남자 그여자 한여자'정도로 치자. 이놈의 동네 깡패에게는 나쁜 버릇이 있다. 바로 동네 꼬마들을 쥐어 패는 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깡패는 스트레스 해소 삼아 '이남자'랑 '저남자'만 죽어라 팬다. 그리고 이 친구는 동네 사람들을 협박한다. '내가 이 동네 떠나면 옆 동네의 박군대란 깡패놈이 와서 니네 다 못살게 굴꺼야. 그러니까 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남자 저남자 한두 대 패는 건 니들이 좀 참아' 당연히 이남자 저남자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맞는 데 좋을 놈이 어딨는가. 그런데 웃긴 건, 이 동네의 정치역학이 이남자와 저남자가 그여자 한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짜여져 있다는 거다. 일테면 이남자가 과일가게에 가면 사과 하나를 백원에 파는데, 한여자가 과일가게에 가면 사과 하나가 이백원이다 하는 식으로. 이렇게 여러가지로 복잡한 동네다 이 동네는. 이런 동네에서 어느 날, 이남자가 화가 나버렸다. 그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야 니네 그여자 한여자 이뇬들아, 니들도 군대한테 좀 맞아라. 나랑 저남자만 맞으니까 샹 기분나쁘다' 그녀들에게도 그녀의 사정이 있다. '니네가 맞아줘서 동네 평화 지키는 건 참 고마운 일인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르지만 니네는 마을에서 우리보다 대접받잖아. 뭐야 나도 사과 백원에 사고 싶어 샹넘들아' 그리고 2:2 배틀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이길 사람이 없다. 다만 유유히 웃고 있을만한 친구는 김군대란 깡패 녀석이다. 분할 지배, 피지배자들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것 만큼 지배자에게 유리한 상황은 없다. 그는 다만 점잖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넷에게 이야기한다. '이봐. 그만들 싸우렴. 보기 안좋잖아. 우리 마을의 번영을 위해서 니네 여자 둘은 사과좀 비싸게 사먹고, 니네 남자들은 오늘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으니까 이리 와서 두시간만 좀 맞자' 그리고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일단 사과 나부랭이는 좀 치워두고, 김군대 씨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자. 남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깡패가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깡패에 대적할만한 힘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우리만 맞으니까 기분이 좀 나쁘다. 해서 이야기한다. '야 니네 와서 좀 맞아. 삼년 전만 해도 니네 사과 삼백원 주고 샀는데, 지금은 이백원이잖아. 많이 좋아졌으니까 니들도 좀 맞아야 되는 거 아냐?' 이쯤이면 마을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들은 웃음도 나오지 않는 우스운 비극이 되어버린다. 나는 맞았는데 왜 너는 안 맞니? 이봐, 답이 그런 게 아니다. 답은 '우리 모두 맞지 말자' 정도가 되어야 한다. 분명 우리 마을을 지켜주는 김군대란 깡패분은 여러가지로 공사다망 하시기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이다. 그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는 어디 가서 풀어야 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근대 국가 중심의 현재 세계 체제에서, 국가와 군대는 대체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의 해소가 반드시 '남자들 패기'가 될 필요는 없다. 달리기를 한다거나 집에서 게임을 한다거나 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은 남자들이 '야 니뇬들도 좀 같이 맞아. 불공평해'라고 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차라리 마을의 네 주민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이야기는 '김군대씨 이제 그만 좀 하시죠' 정도가 된다. 그게 옳은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매저키스트라는 굳건한 신념을 지닌 매저키스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 '김군대 씨의 폭력행위'는 조금 극단적인 비유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알리라고 믿고 싶다. 군 복무 자체를 비하할 생각은 그다지 없다. 허나 맞는 거나 군대가는 거나, 그것의 정치적 위상은 다를 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에게는 똑같다. 3년 썩은 라면이나 5년 썩은 짜장이나 만든 이에게는 다르겠지만 먹는 이에게는 같은 것처럼. - 정치역학적 측면에서, 혹은 국방의 측면에서라면 아직도 징병제가 필요한 국가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징병제와 여성을 함께 다룬다면 역시 양자 모두에게 답이 될 만한 대안은 '징병제 철폐'정도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2003년을 전후해서 '종교적 신념이 아닌,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운동들이 있었다. 이러한 운동들에서 소위 '페미니스트'들은 꽤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의심나면 그 시절 신문 한번 찾아봐라. 이쯤이면 솔직히 '꼴페미뇬들 군대에 대해선 암말 없으면서 자기 권리만 챙길라칸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의 기억력을 의심하고 싶어진다. 아니면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은 전부 2002년 이후에 태어난 아직 초딩도 못되는 분들이거나. - 그리고 군대에 대한 덧글 하나. 징병제고 돈이 없다라. 글쎄, 군 생활 하면서 3성장군 보직 바뀌면 비데까지 새로 설치하는 공관 대공사 작업에도 참여해보고(비공식적 작업이기에 사병 위로비로 중장 비데 샀다), 새로 바뀐 지휘관에게 잘 보이려고 부대 뒷산 나무 다 뽑아다가 지휘관 바뀐 부대 앞 산책로에 다 박아둔 덕택에 이듬해 장마때 뒷산 다 무너져서 산도 옮겨본 내 입장에서는, '제발 아갈닥'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정보화 시대고 현대 사회라면서 군대에서 이뤄지는 일처리는 대략 정말 삽질이다. 얼마 전에 공무원들 가라로 시간외 한다고 졸 욕먹었다. 명목상으론 행정병으로(실제로는 작업병으로) 근무하면서 군인 시간외 정리해 본 나로서는 '공무원 가라로 시간외 해봐야 얼마나 하는데. 군대보다 더 하겠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세 시간 테니스 치고 4시간 초과근무 했다고 하루에 3만원씩 한달 근 40만원 받아먹는 분들이 널린 곳이 군대다. 내가 특별히 재수가 없어서 부패투성이의 부대에 근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실 나도 군 생활 되는대로 대충 했다. 그런데 7만원 받고 징병되서 온 비전문가 군인이 대충 설렁설렁 하는 것과, 기본급은 얼마 안되지만 이것저것 수당 미친듯이 붙는데다가 물건 살때는 면세로 사는 군 간부 아저씨들이 대충 설렁설렁 하는 건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다만 폐쇄된 집단이기에 공무원이나 경찰처럼 조낸 욕 먹는 걸 간신히 막는 거 아닌가? - 정치사회학 시험을 잘 봤기에, 신나서 이것저것 끄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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