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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나방이 아름다운 야경으로부터 난입해왔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것 처럼, 벌레에 무력하다. 갸아악, 하는 소리를 지르며 고시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5분 후에 다시 들어와보니 나방이 사라졌다. 안심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이번엔 아이 손가락만한 벌레가 고시원으로 난입했다. 풋. 이 정도는 벌레도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Anthropological Studies on Education이라고 써 있는 교재로 벌레를 후려쳤다. 한 방에 해치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얼레벌레 침대 아래 놓여져 있던 방충창을 설치했다.
안심하고 작업을 계속하던 중 어디선가 '푸드덕' 소리가 났다. 나는 또 한번 갸아악 놀랐다. 손바닥만한 나방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방충창까지 설치해둔 덕에, 이 녀석이 방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방에는 나방, 혹은 나 둘 중 하나가 배타적으로 존재하여야 한다. 나는 다시 한번 Anthropological Studies on Education을 한 손에 거머쥔 채, 자세를 낮추고 전투 태세에 임했다. 천장에 붙은 녀석을 타격하기 위해 의자를 밟고 천장을 후려쳤다. 1타 실패. 녀석은 발작적으로 날아다녔다. 나는 또 한번 방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 녀석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푸드덕 소리가 잦아들고 나는 다시 방 안으로 진입했다. 녀석은, 하필이면, 책꽂이에 인접한 벽에 앉아있었다. 책꽂이 위에 놓여진 커피 통과 알람시계와 재떨이와 등등을 조심스레 치우고, 2타를 노렸다. 역시 실패. 또 한번 나는 방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왔다. 3타를 노리러 들어간 방. 그는 내 침대 옆 벽에서 아리따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죽은 채로 박제된다면 정말로 아름답겠지만, 살아 있는 나방은 글쎄올씨다. 더구나 한 방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면 더욱. 아아, 내 눈은 너를 사랑하지만 내 마음은 너를 사랑하지 못해, 라는 히데의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3타 째에 나는 녀석을 격추시킬 수 있었다. '일발필추 정병강국 무적철매'라는 한문으로 써도 무슨 뜻인지 쉽게 파악하기 힘든 단어를 부대 모토로 삼는 대한민국 공군 방공포병과 모기 다리만큼의 관계를 맺고 있는 나는 4발째에 녀석을 겨우 격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녀석은 격추된 채로 살아 있었다. 하필이면 내 배게 위해 추락한 채로. 푸득 푸득 대는 녀석을 방충창을 열고 던저버렸다. 굿바이.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긴장한 덕에, 도무지 작업에 진척이 안 나갔다. 결국 오늘도 늦게 자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는 도중, 의뢰인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까지 해도 됩니다. 아 네. 미리 좀 말해주지. 사랑은 비둘기여라. 그대는 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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