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상권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2007, 지리)
0. 신촌, 신촌.
2002년에 대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나는 그야말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에 다녔다. 동아리 간부를 맡아 휴학을 했을 때에도 매일 학교에 나왔고 방학 때도 매일 학교에 다니던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군 시절에도 휴가마다 학교에 오는 것을 잊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나름대로 신촌에서 잔뼈가 굵다고 할 만하다.
그 정성으로 수업을 열심히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하였다.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았고, 과제를 하는 시간보다는 술집을 돌아다니고 하는 시간이 많았다. 학과 공부보다는 그저 읽고 싶은 책을 읽은 적이 많았고, 교수들과 친분을 쌓았으면 좋았을 시간에 몇 몇 신촌 술집의 주인들과 형/동생 누나/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대학 생활은 흘러가고, 이제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아 있다.
그럭저럭 6년 정도 신촌과 연세대학교를 오가며, 여러 가지 변화들을 보아왔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변화도 보아 왔고, 치솟는 등록금과 오르는 학생식당의 음식 가격을 보기도 하였다. 그런 ‘인간적인’ 것들이 변해가는 동안 물질적인 것들도 변해왔다. 문과대 옆 오솔길이 사라진 자리에 웅장한 연신원 건물이 들어서고, 어설픈 시절의 추억이 담긴 어떤 술집이 신촌 민자역사의 신축에 말려 사라졌다. 가끔 가던 곳의 주인 누나가 간암으로 돌아가시기도 하였고, 그리고 또 많은 변화들. 많은 공간들. 언젠가는 그렇게 내가 살아온 ‘공간’에 대한 글을 쓰리라고 결심했다. 이 글은 2007년의 한 수업에서 사용된 글이다.
1. 대상과 방법론
신촌. 내게 있어서는 등굣길. 서울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중심적인 부도심. 신촌의 상인들에게는, 삶의 터전. 그리고 다시 내게 있어서, 제법 오랜 시간 함께한 삶의 공간. 나는 글에서 이 ‘신촌’을 분석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촌의 지리적 요건이라거나 상권에 근거한 신촌의 부동산 현황, 혹은 신촌의 역사 따위를 살펴볼 생각은 아니다. 그저 내가 익숙한 신촌의 유흥시설을 살펴 볼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이 글이 신촌의 ‘전반적인’ 유흥 시설을 다루는 글은 또 아니다.
내가 다루는 공간은 신촌의 상권 중에서도 각종 술집들이 극단적으로 밀집한, ‘2호선 신촌 지하철역-연세대학교 사이의 대로’ 좌측(연세대학교 기준으로 우측)의 유흥지구를 다룰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쪽으로는 대학약국 골목으로 들어간 길, 동쪽으로는 ‘대로’, 서쪽으로는 창천초등학교/주택가, 남쪽으로는 창천공원/현대백화점의 경계를 가지는 곳을 의미한다. 지역을 한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신촌’이라고 언명되는 공간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기에(때에 따라 심지어는 홍대 인근도 편의상 신촌으로 구분된다), 이런 광범위한 신촌을 하나로 묶어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렇게 거대한 신촌은 한 가지의 균등한 공간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 다양한 공간들의 혼재에 의해 구성된다. 이대 근처의 신촌 공간은, 내가 규정한 ‘유흥지구 밀집 지역’의 신촌 공간과 다른 문법에 의해 규정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내가 서술할 대상을 전술한 ‘신촌-연세대 대로 서쪽의 유흥지구 밀집 공간’으로 한정한다.
아래의 지도에서 붉은 선으로 표시된 안쪽 공간이, 내가 다룰 공간이다. 상단의 청색 사각형이 연세대학교이며, 하단의 녹색 사각형이 신촌 지하철역이다.

그러면 이러한 신촌의 유흥 지구에서 나는 무엇을 살펴 볼 것인가. 애초의 생각은 이러했다 : 해당 유흥 지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술집/음식적’ 유형은, 다시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눠질 수 있다. 이를테면, 소주/호프를 주로 취급하는 술집과 불판을 놓고 고기를 구워먹는 술집은 다르다. 분식점도 다르다. 그러므로 술집을 적당히 유형별로 구분하고 그것을 지도화한다. 그렇게 하면 나는 배치와 관련해서 특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패턴을 학문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내 글의 첫 목표였다. 물론 신촌의 유흥지구에 존재하는 상가는 술집/음식점 이전에, 당구장을 필두로 하는 레저스포츠 공간과, 노래방, PC방, 편의점 등의 매우 다양한 상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내가 신촌에서 알아보고 싶은 것은 대분류에 의한 전반적인 상가 배치의 경향보다는 좀 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경향이었고, 이러한 경향이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상가군은 역시 이 지역 상가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는 술집/음식점이라고 생각했기에 구체적인 연구 대상을 ‘술집/음식점의 세부 유형적 배치’로 한정하였다.
종합하자면, 내 연구 지역은 ‘신촌-연세대 대로 서쪽의 유흥지구’이며, 연구 지역 내 연구 대상은 ‘이 유흥 지구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술집/음식점의 유형별 배치’인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연구 자료를 얻기 위하여 나는 신촌으로 나갔다. 술집/음식점의 유형을 매우 세부화하고(맥주집/치킨집/고깃집/소주호프/Bar/밥집 등으로), 그러한 유형의 상가들이 어디 몇 층에 있는지에 대하여 현수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지역의 가장 북쪽에 있는 도로 한 블럭을 조사한 나는 좌절하게 되었다. 한 블럭을 조사하는 데,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위의 지도로 유추해 볼 때, 현수 조사만 40여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책상에 앉아서 40시간이 아닌, 40 시간동안 한 손에 지도를 들고 점을 찍어가며 신촌을 배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여, 나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였다.
우선, ‘신촌지역상인연합회’에 찾아갔다. 구체적인 자료가 있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상인연합회에 상권 배치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었다. 그곳에서 얻을 수 있던 자료는 신촌 지역의 상권에 대한 대략적인 약도였다. 다음으로 신촌의 부동산에 들렸다. 부동산에도 상권 배치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었다. 답답해진 나는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였다. 인터넷에서도, ‘대표적인 몇 몇 상가’를 지도에 나열한 것 이상으로 구체적인 지도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쓴 방법은 이러했다 : 구할 수 있는 약도에 있는 모든 술집들을 내 지도화에 사용한다. 물론 이 방법은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 중복이 있을 수도 있고, 지도들에서 공통적으로 누락된 변두리의 작은 술집이 있을 수도 있다. 하여, 과소 표시된 지역들-특히 창천초등학교 근처 등-에는 내가 기억하는 술집들을 추가적으로 표시하였다. 비록 이 방법이 신촌의 상가를 정확하게 표시해 줄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방법은 ‘대략적인 경향성’을 파악하려는 내 연구 목적에 어느 정도 부합할 만한 자료를 주리라고 생각하였다.
상가의 분류에 있어, 나는 술의 소비 패턴에 따라 크게 네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소주/호프. 소주와 맥주를 파는 것을 업소의 주 목적으로 하는 집들이 여기에 속한다. 평범한 안주와 평범한 분위기를 갖춘 집으로, 일반적인 술집과 민속주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일반적인 음식점. 주류를 판매하지 않고 식사를 중심으로 취급하는 곳으로, 분식집과 백반집 등이 이 분류에 속한다. 술을 판매하기는 하더라도 술이 주가 되는 곳이 아닌 경우(부산식당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분류에 포함시킨다. 셋째로, 고깃집 분류. 식사와 술을 동시에 취급하는 곳으로, 일반적인 고깃집/고기부페와 함께 치킨집/닭갈비집/횟집/감자탕집 등도 이 분류에 포함된다. 식사와 음주를 동시에 해결하는 곳이 바로 이 세 번째 분류에 속한다. 그리고 네 번째 분류로, 칵테일/양주를 주로 취급하는 Bar를 설정했다. 술 중심의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Bar는 첫 번째의 ‘소주/호프’분류와 유사하나 구체적인 소비 양상이 ‘소주/호프’ 분류와 매우 다르게 독립적인 분류로 나누었다. 이러한 분류를 지도화한 것이 다음의 표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보자.

2. 배치.
녹색으로 표시된 것이 ‘소주/호프’분류의 상가이며, 청색으로 표시된 것이 ‘밥집’ 분류이다. 분홍색은 ‘고깃집’이며, 소수의 빨간 색은 Bar분류에 속하는 집이다(동일한 분류 내에 색이 약간씩 다른 것은 작업 중 컴퓨터 오류에 의한 것이다). 이 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일단 소주/호프 분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소주/호프는 대상 지역의 전 구간에 걸쳐 존재한다. 그리고 동래파전과 조마루감자탕이 있는, 연대와 신촌 가운데 즈음에 있는 골목에 보다 집중적으로 존재한다. 청색 점으로 표시된 밥집은 주로 연대쪽의 첫 골목에 집중 배치된 양상을 보이며, 분홍색 점은 소주/호프와 밥집의 완충 지대에 주로 존재한다.
‘술집/음식점’으로 분류되는 상가들을 세부 유형으로 구분하고 보니, 상기한 패턴들이 존재한다. Bar분류는 변두리에 약간, 그리고 대로와 평행하는 대로 바로 옆 길에 몇 개가 존재한다.
이러한 패턴을 다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연대-신촌의 중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골목에 소주/호프가 압도적이고, 그 변두리에 고깃집이 있고, 가장 바깥쪽에 밥집이 주로 배치된다. Bar유형의 술집은 그 사이에 몇 몇 군집을 형성하며 존재한다. 상당히 재미있는 사실이다. 동일하게 술과 음식을 판매하는 상가 내에서도, 그 세부 유형별로 명확한 패턴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특정한 공간 이론에 의해 지나칠 정도로 잘 설명될 수 있다. 도시 공간의 중심부에는 중심업무지구가 존재하고, 중심축과의 직선거리에 의해 공간의 이용 층화되는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이 그것이다. 물론 버제스의 공간 이론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가 제시한 ‘동심원’의 위상은 신촌의 유흥지구의 공간 분석에서 매우 적절한 틀이 될 수 있다. 아래의 표는 동심원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분화시킨 지도이다.
신호등이 있는 대로의 사거리를 중심으로, 술집-고깃집-밥집의 동심원이 존재한다(대로변의 경우, 이러한 술집/음식점 보다는 까페나 옷가게 등의 상가가 중심적으로 존재한다). 동심원이론이 좀 더 세련되게 발전된 호이트의 선형이론이라거나, 해리스의 다핵이론보다 오히려 단핵적이고 공간-거리 중심적인 버제스의 이론이 더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중심부에 중심업무지구(술집/음식점 기준으로, 더 많은 술을 소비하는 소주/호프)가 들어서고, 주변부에 생활공간(밥집)이 주로 들어서며, 그 사이에 양자의 특성이 혼재되는 점이지대가 존재한다(고깃집). 처음에 이런 지도를 완성하고 사실 약간 허탈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 나는 좀 더 다양한 변수들을 명확하게 측정해보고 싶었는데, 변수 측정은 커녕 실측 조사조차 여건상 제대로 하지 못했고, 2차 자료를 정리한 자료들은 지나치게 쉽게 해석되어버렸다. 신촌의 유흥지대 상권은, 동심원 이론에 의해 설명된다. 끝.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래가지고선 재미있는 글이 될 수 없기에,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거의 100년 전의 도시공간이론(도시생태학)이 현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부도심을 이렇게 잘 설명할 수 있는가?
먼저, 부도심 자체의 형성과 관련해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심업무지구라거나, 대규모 주택지구가 아닌 상권 중심의 부도심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 정치적/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해 중심지구 혹은 주변부가 설정되고 나면, 그러한 공간과의 거리에 따라 자생적 상권이 생겨나는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중심업무 혹은 주택재개발을 둘러싼 정치적/경제적/정책적 대립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부도심 상권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였다. 부도심은 태생적으로 생태적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부도심은 그렇게 큰 규모를 가지지 못한다. 선형이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규모의 공간와 그 공간을 가로지르는 중심 교통망이 전제되어야 하고, 다핵이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부도심 내에 핵심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 규모의 작은 도시에 존재하는 부도심들은 그런 것들이 존재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내가 연구한 대상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이는 보다 명확하다. 신촌 유흥지구는, 비록 그것이 한국에서 가장 큰 유흥지구 중의 하나이지만(종로, 청량리와 함께 현재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도시공간의 측면에서 그것은 여전히 작은 점에 불과하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대로가 존재하지만, 대로를 제외한 유흥지구 내의 도로(라고 하기에는 골목에 가까운)들은 하나같이 좁다. 즉, 어떤 교통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도로가 질적으로 사실상 균질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형이론은 적용되지 못한다. 핵심의 면에서는 보다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신촌 유흥지구 주변에는 두 개의 핵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신촌역이고, 하나는 연세대학교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이었다.
실제 상권 형성에서, 많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연세대학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 상권의 핵심은 신호등 사거리를 포함하는, 신촌역 뿐이다. 신촌 유흥지구는, 단일 핵심의 부도심인 것이다. 만일 일반적인 대학가라면 조금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가로서의 정체성보다는 부도심으로서의 정체성이 큰-변변한 서점도 몇 없는-신촌은 상권 형성 면에서도 사실상 ‘신촌역 중심의 부도심’에 가깝다.
3. 지대 이론.
그렇다면 이러한 패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일까? 연구 설정 단계에서, 나는 나름대로 많은 변수들을 생각했었다. 버스정거장과의 거리. 사거리 인접성. 유동인구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 이전에, 이미 중심과의 거리에 의해 업종이 층화된다. 중심지구에 술집, 그리고 주변부에 밥집. 동심원 이론에서 거리에 따른 배치의 핵심은, 거리 그 자체가 가지는 어떤 철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거리에 의해 규정되는 ‘지대’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신촌의 지대는 어떠한가.
신촌의 부동산 문을 두드리고 나서, 나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지대는 신촌역을 중심으로 거리에 반비례한다. 중심부의 지대가 높고, 주변부의 지대가 낮다. 이 경우에서도 역시, 연세대학교는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물론 지대의 경우, 단순히 직선거리 외에도 ‘부동산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 부분들이 있다. 아래의 표는 신촌의 대략적인 평당 임대료의 수준을 표기한 것이다(구체적으로 임대료가 얼마다, 라는 자료는 얻을 수 없었다).
평당 임대료는 대략 아래와 같다.

동래파전이 있는 중앙의 가로축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세로축이다. 거리상 세로축이 좀 더 중심에 가까움에도 싼 이유는, 저 골목은 비록 통행량도 많고 거리상으로도 중심에 가깝지만 도로의 통행인들이 ‘유흥’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 보다는 단순 통행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비싼 곳 위아래로 있는 곳들이 세 번째로 비싼 위치를 형성하고, 연세대학교 근처의 도로가 가장 싼 편에 속한다. 숫자가 표시되지 않은, 유흥지구 서쪽의 도로들은 연세대학교 근처의 도로보다 임대료가 훨씬 더 낮다. 거리 상에서도 불리한데다가, 유흥 지구의 끝이자 주택가의 시작 지점이기 때문에 상가 측면에서 그다지 좋은 입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대의 배치도 대체로 중심과의 거리에 따라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물론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상의 자료들로부터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러하다 :
신촌역을 중심으로 한 거리가 전반적인 지대를 결정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유흥가의 장사에서 핵심적인 상품은 술이고, 핵심적인 업무는 술을 파는 것이기에, 지대가 높은 곳에서는 핵심 업무(술 중심)를 담당하는 소주/호프집이 주를 이루고, 변두리로 갈수록 술 중심성이 떨어진다.
4. 추가적인 설명.
고깃집에 대해서는 단지 동심원이론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도 설명될 수 있을 듯 하다. 고깃집이 중심적으로 배치된 곳은 소위 ‘점이지대’인데, 신촌에서 이러한 지역의 특성 중 하나는 ‘굉장히 많은 사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술집과 다르게, 고깃집 같은 경우에는 불판을 내놓고 고기를 굽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가 매상과 상당히 중요한 관계에 있다. 어쩌면 고깃집은 단순히 그 혼합적 소비특성 때문이 아니라, 노출성이 좋은 사거리와 보다 큰 연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 혹은, 부동산 업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 지역에서 소위 ‘대박’이 난 고깃집이 한두 군데 생긴 덕택에 유행처럼 생기게 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밥집의 경우, 물론 술집보다 이윤이 적기에 변두리에 군집하게 되었다는 설명은 여전히 타당하지만, 추가적으로 ‘연세대학교’가 밥집의 배치와 관련해서 어떤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대지불능력과 상관 없이, 밥집은 유리한 교통로에 있는 것 보다는 실제 구매자들-학생들-이 많은 곳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밥집의 변두리 집중에는 연세대학교가 유의미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5. 결론 및 기타 쟁점.
사실 이론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심도있게 풀어내기 상당히 힘든 주제를 잡았기에, 글을 쓰기에 앞서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더구나 버제스의 도시생태학은 사실 이론적 논의를 할 수 있을 만큼 체계화된 이론도 아니다. 물론 도시 형성과정에 있어 생태학적인 지배-침입-승계의 과정은 보다 이론적인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와 관련해서 나는 신촌 상권의 역사적 발달에 대한 자료들이 필요하게 되는데, 역사는 커녕 현재의 신촌 상권에 대한 자료도 없어 내가 직접 찾아야 되는 상황에서 역사적 접근까지 감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완전한 실측이 된다면 보다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연구가 아닐까 한다. 대략적인 정보 조합을 통한 약도화가 아닌, 보다 세부적인 유형 분류와 술 중심성에 대한 함수, 통행량과 노출도, 술집이 자리하는 층 수, 그리고 주요 거점(편의점 등)과의 직선거리 등의 자료에 대한 완전한 실측을 하게 된다면 보다 풍성한 설명력을 지니는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고려하고 싶었지만, 현장 중심의 연구였기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어 이러한 변수들을 측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변수들을 측정했으면, 술집이 가지는 '네트워크 요소'로서의 의미도 캐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연구 과정 자체가 매우 즐거웠고(비록 걸어다니고 지도 그리고 점 찍고 하느라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했지만), 그러한 연구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연세대학교가 신촌 상권에서 주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만족한다. 추후에 만약 내게 충분한 자금과 시간이 있다면, 보다 많은 변수들을 실측하고 나아가 이러한 변수 측정을 다른 부도심과 대학가에 적용해서 무언가 굉장한 공간이론(이라기보다는 부동산 투자론)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하며, 이만 글을 정리한다.